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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치를 권유받은 치아, 다시 들여다볼 네 가지 — 잇몸뼈가 녹은 치아를 수십 년 지켜본 연구

잇몸병이 오래 진행되면 치아를 받치는 뼈가 조금씩 녹고, 어느 날 치과에서 "이 치아는 오래 못 쓸 것 같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대부분은 빼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받아들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뼈가 녹은 치아"라도 상태가 제각각입니다. 이 글은 잇몸뼈가 많이 녹은 치아를 수십 년 동안 추적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발치를 결정하기 전에 다시 들여다볼 네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600명을 22년 동안 지켜본 조사

치주 치료 분야에서 자주 인용되는 고전적인 조사가 있습니다. 미국의 한 치주 진료실에서 치료를 마친 환자 600명을 평균 22년 뒤 다시 검진해 치아 상실 양상을 본 연구입니다. 이 기간 동안 300명은 잇몸병으로 잃은 치아가 하나도 없었고, 199명은 1~3개, 76명은 4~9개, 25명은 10개 이상을 잃었습니다(Hirschfeld 1978).

처음에 예후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치아 2,139개 가운데 빠진 것은 666개였고, 그중 394개는 상태가 가장 나빠진 6분의 1의 환자에게 몰려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예후가 불확실하다고 본 치아의 상당수가 22년 동안 자리를 지켰고, 치아를 잃는 일은 일부 환자에게 집중됐다는 뜻입니다.

뼈가 절반 넘게 녹은 치아의 15년

독일 연구진은 더 까다로운 조건을 살폈습니다. 진행이 빠른 공격성 치주염 환자와 만성 치주염 환자 각 34명을 대상으로, 잇몸뼈가 50~70% 녹은 치아는 「예후 불확실」, 70% 이상 녹은 치아는 「가망 없음」으로 나눈 뒤 15년 넘게 유지 치주 치료를 이어 갔습니다. 공격성 치주염 환자에서 「예후 불확실」 치아의 88.2%, 「가망 없음」 치아의 59.5%가 15년 동안 유지됐고, 관리 기간 중 빠진 치아는 환자 1인당 1년에 0.14~0.16개 수준이었습니다(Graetz 2011).

다시 들여다볼 네 가지

두 연구가 보여 주듯 "뼈가 녹았다"는 사실만으로 치아의 운명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발치를 결정하기 전에 다음 네 가지를 함께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1. 남은 뼈의 비율과 모양 — 엑스레이와 CT로 뿌리를 감싼 뼈가 얼마나, 어떤 모양으로 남았는지 봅니다.
  2. 흔들림의 원인 — 염증 때문에 흔들리는 것이라면 잇몸 치료 뒤 줄어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3. 뿌리의 금 — 세로로 금이 간 뿌리는 보존이 어려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4. 관리를 이어 갈 수 있는지 — 살린 치아는 정기 관리가 이어져야 오래 갑니다.

흔들리는 치아, 원인부터 나눠 보기

발치를 권유받는 가장 흔한 이유는 치아가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흔들림에는 여러 원인이 섞여 있습니다. 잇몸에 염증이 있으면 뼈가 크게 줄지 않았어도 치아가 들뜨고 흔들릴 수 있고, 이 경우 염증을 가라앉히면 흔들림이 눈에 띄게 줄기도 합니다. 씹는 힘이 특정 치아에 지나치게 몰려도 흔들림이 생기는데, 이때는 교합을 조정하거나 이갈이를 관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뼈가 거의 남지 않아 흔들리는 경우라면 염증을 정리해도 흔들림이 크게 줄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흔들림의 정도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엑스레이와 CT로 남은 뼈를 확인하고 잇몸 깊이를 재서 원인을 나눠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같은 "흔들리는 치아"라도 원인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지 치주 치료란 무엇인가

위 연구들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말이 "유지 치주 치료"입니다. 잇몸 치료로 염증을 가라앉힌 뒤, 일정한 간격으로 내원해 잇몸 깊이와 출혈을 다시 재고, 잇몸 아래에 다시 쌓인 세균막과 치석을 정리하며, 집에서의 관리 방법을 점검받는 과정을 말합니다. 치주염은 한 번 치료로 끝나는 병이 아니라 관리하지 않으면 다시 진행할 수 있는 병이기 때문에, 이 단계가 치료의 일부로 여겨집니다.

관리 간격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잇몸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진행이 빨랐던 사람은 간격을 촘촘히 잡고, 여러 차례 점검에서 안정적인 상태가 확인되면 간격을 조정합니다. 뼈가 많이 녹은 치아를 오래 지킨 사례들은 대부분 이 유지 치료가 꾸준히 이어진 경우였습니다.

살린 다음이 더 중요한 이유 — 30년 예방관리

치아를 지켰다면 그다음은 관리입니다. 스웨덴의 한 치과에서 성인 375명을 30년 동안 정기 예방관리 프로그램으로 추적한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이 개인 상태에 따라 3~12개월마다 세균막 확인과 전문가 세정, 칫솔·치간칫솔 교육을 받았습니다. 30년 동안 잃은 치아는 연령군에 따라 1인당 0.4~1.8개였고, 잇몸병이나 충치 때문에 빠진 치아는 전체 21개에 불과했습니다(Axelsson 2004). 연구진은 한 치과에서 꼼꼼히 관리된 집단이라는 점을 함께 밝혔지만, 정기 관리가 치아 수명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입니다.

빼는 편이 나은 경우도 있다

모든 치아를 끝까지 지키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뿌리가 세로로 깨졌거나, 뼈가 거의 남지 않아 치료 뒤에도 염증과 흔들림이 반복되거나, 그 치아의 염증이 이웃 치아와 주변 뼈까지 위협한다면 빼는 편이 낫습니다. 이런 치아를 무리하게 유지하면 나중에 임플란트를 심을 자리의 뼈까지 줄어 치료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살리든 빼든 그 이유를 영상과 함께 듣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 네 가지 기준과 장기 추적 연구, 신경치료 치아의 생존율까지 묶어 정리한 글로는 부산 남구의 대명치과의원 의학저널 칼럼이 있습니다. 잇몸을 보는 치주과 전문의와 보철을 보는 통합치의학과 전문의가 함께 판단하는 과정이 소개돼 있어, 발치를 앞두고 무엇을 물어야 할지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망 없음」이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연구에서 쓰는 「예후 불확실」·「가망 없음」 같은 분류는 주로 엑스레이에서 보이는 뼈 소실 비율로 나눈 것입니다. 실제 치아의 앞날은 여기에 염증이 가라앉는 정도, 흔들림의 변화, 환자가 관리를 얼마나 꾸준히 이어 가는지가 더해져 정해집니다. 독일 연구에서 「가망 없음」으로 분류된 치아의 절반 이상이 15년을 버틴 것도, 분류가 곧 결론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그렇다고 모든 치아에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으므로, 치료 뒤 재평가에서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고 다음 단계를 다시 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정 전 체크리스트

  • 응급 상황(얼굴이 붓고 열이 나거나 피가 멎지 않음)이 아니라면 결정을 하루 이틀 미뤄도 되는지 물어본다.
  • 이전에 찍은 엑스레이나 진단 내용을 챙겨 둔다.
  • 살리는 경우와 빼는 경우의 과정·기간·관리 계획을 각각 설명해 달라고 한다.
  • 어느 쪽이든 정기 점검 간격을 처음 계획에 넣어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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